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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한강의 기적: 콘크리트 숲에서 생태계의 보고로

by mok-story 2024. 11. 23.

<멸종위기종 - 수달>

1. 모래와 자갈의 강, 사라진 한강의 옛 모습

한강은 오랜 세월 동안 서울의 심장부를 흐르며 도시의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습니다. 과거의 한강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좁은 하폭과 넓게 펼쳐진 모래톱, 그리고 마포 부근까지 이어지던 여울은 한강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로 기능했으며, 한강은 풍부한 생태계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규모 골재 채굴은 한강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건설 자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강의 모래와 자갈은 도시 개발의 주요 재료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 서울의 건물들은 대부분 한강에서 채취한 모래와 자갈로 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81년부터 시작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은 한강의 모습을 더욱 급격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자연스러운 강의 흐름은 인공적인 제방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되었고, 한때 풍부했던 생태계는 급속도로 훼손되었습니다. 개발의 물결 속에서 한강은 그저 도시의 배경이 되어버렸고, 많은 생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사라져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강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고기들의 산란지였던 여울과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어족 자원이 급감했고, 강변에 서식하던 조류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한때 한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달과 같은 포유류들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강은 생명력 넘치는 강에서 오염된 물이 흐르는 도시의 하수도로 전락해 갔습니다.

 

2. 도심 속 오아시스, 되살아난 한강의 생태계

그러나 최근 들어 한강의 생태계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지속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관심 덕분에 한강은 다시 한 번 생명력 넘치는 강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무려 5,516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49종의 멸종위기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인 산양의 출현입니다. 2018년 용마산, 2020년 인왕산, 2021년 안산에서 연이어 발견된 산양은 서울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이토록 희귀한 동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인 수달이 한강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수달은 깨끗한 물과 풍부한 먹이가 있는 환경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동물로, 이들의 출현은 한강의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족제비, 고라니, 야생너구리 등도 도심지 공원이나 하천 등지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어,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동물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넘어, 전체적인 생태계의 균형이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나고, 곤충들이 번성하며,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와 포유류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강은 이제 단순한 도시의 경관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고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3.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서울의 미래를 그리다

서울시는 한강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정책은 생태·경관 보전지역, 야생생물 보호구역, 철새보호구역의 지정과 운영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17개소의 생태·경관 보전지역, 6개소의 야생생물 보호구역, 3개소의 철새보호구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구역들은 도시 속에서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녹지연결로 조성사업'을 통해 단절된 생물서식공간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도시화로 인해 파편화된 녹지를 생태 통로로 연결함으로써, 야생동물들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는 생물다양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울시는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38개소에 16종 250,596마리의 야생동물을 방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강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의 개체 수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강생태공원의 재정비 또한 주목할 만한 사업입니다. '보전을 위한 이용, 이용을 위한 보전'이라는 원칙 하에, 시민들이 자연을 즐기면서도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자연 보호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자연형 호안 조성사업'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이는 기존의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 소재로 복원하는 사업으로,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한강 호안 및 둔치에 '한강숲'을 조성하여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서울시의 노력들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강은 이제 서울 시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며,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