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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step4. 목포의 밤, 목포 신비포차 노을과 해산물 그리고 맥주와 우리들의 육아의 밤

by 목스토리스튜디오 2023. 9. 28.

휘목뽀레의 신비한 목포여행 1박2일

step4. 목포 신비포차 노을과 해산물 그리고 맥주와 우리들의 육아의 밤

 

 대한민국에서 서쪽에 가장 가까운 도시 중 하나인 목포의 태양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화마을에서 나온 우리의 뱃속은 서둘러 다음 행선지로 향하고자 고동을 울린다.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 더 유명해졌다는 그 곳, 목포 신비포차 였다.

 사실 목포의 어디가 어딘지를 네비게이션에만 의지하는 우리는 그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갈 뿐이었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나이트클럽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신안비치호텔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신비포차 근처에 주차를 하고 뽀레(아들)와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우리에게 보이는 건 신비포차가 아닌 목포의 해질녘이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외친 한마디 '우와' 

목포 신비포차 앞 바다 목포대교 해질녘 노을은 참 아름다웠다

  점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는 태양은 마지막까지 뜨겁고 붉게 하늘을 태우고 있었고, 그곳에서 올라오는 어떤 오로라들이 마치 우리 눈에 반사되어 비추어주는 듯 했다. 서쪽에 더 가까워서 그런건 기분탓일까. 밥먹기 전 석양의 아름다움들을 먼저 눈과 코와 입속에 들이마셔본다. 곧 물질적인 배고픔을 느끼고 돌아서서 신비포차에 들어섰다. 아직 저녁시간 전이라 자리는 여유가 있었고, 에어컨이 시원하게 켜지는 1층 실내와 목포의 낭만에 흠뻑 젖을 것만 같지만 아직 조금 더울 수 있는 2층 야외에서 고민하다가, 아직은 낭만에 어울리는 나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2층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목포 바다와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자리의 가격은 매길 수 없겠지만, 이 가게에서 매긴 음식들의 가격은 여느 여행지만큼이나 적당히 값어치를 했다. 뭐 어차피 여행을 다 그런거 아니겠어 하며 맛있는걸 먹자고 메뉴를 우선 골라본다. 이 곳에 오기 전 우린 조개구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왔기에 우선 그 메뉴에 가장 어울리는 '가리비찜'과 회는 여러가지 이슈로 인하여 먹을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 또 막상 목포 바다를 보고 있자니 회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처럼 다가왔고, '오징어회'를 합리적인 핑계와 함께 주문하였다. 그리고 뽀레 밥을 먹여야하는데 아기들이 먹기에 적합한 메뉴는 크게 없어서, 적당히 뽀레와 눈빛으로만 합의 하고 '주먹밥' 시켰고, 우리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까지 주문하였다. 

 모두 주문하고나니 점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역시 목포의 핫플답게 얼마지나지 않아 낭만이 넘치는 2층은 가득 메워졌다. 그 사이 우리의 음식은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했고, 2층을 혼자서 커버하고 있는 직원의 뒷통수는 땀으로 범벅이 되는 듯 느껴졌다. 불러도 대답없는 그 사람처럼 되어버린 듯 보이는 직원이 우린 걱정되어 가끔 필요한걸 셀프로 가져오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직원은 우리 말을 모두 들었었고, 조금 늦었을지라도 꼭 가져다 주었다. 

"자 이제 먹자, 짠!!"

 

싱싱하고 굵은 오징어회는 얼핏 보면 양이 적어보이지만 먹다보면 꽤 괜찮은 양이었고, 가리비찜이라는 메뉴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메뉴중 하나였는데, 구워서 먹는 조개가 아니고 요리가 되어 나오는 찜이다 보니 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맥주와 먹는 재미가 쏠쏠 했다. 모든 해산물을 초장맛으로 먹는 우리 부부에게는 맛은 초장맛이어서 새콤달콤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먹은지 한 10분 정도나 되었을까? 31개월이 넘어가는 아들 뽀레는 몸이 근질근질한듯 눈을 말똥말똥 하며 두리번두리번 재미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얼굴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뽀레가 더 움직이려고 하기전에 이 음식들을 많이 먹어야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밥먹으면서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우리 부부였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그에게 영상을 허락하고, 커다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삼촌에게 빌려 뽀레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간 있을 때 빨리 먹자' 

 마음속으로 되내이며 허겁지겁 가리비찜과 오징어회 맥주를 먹었고, 주먹밥을 만들어 뽀레의 입에 틈틈이 넣어주며 그의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주었다. 결혼식에서 마음편하게 많이 먹지는 못했던 우리였기에, 음식들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입속은 아쉬움의 불을 켰다. 그러다 옆 테이블에 나오는 오동통통한 어떤 안주가 눈에 들어왔다. 저 안주는 도대체 뭘까?

"저기, 저 안주는 뭐에요?"

누가 들어도 부산사람처럼 들리는 사투리로 직원에게 조심스럽지 않게 물어본다.

"참소라에요" "그거 하나만 주세요"

혹시라도 곧 아무것도 못먹을까 싶어 시키는 사람처럼 서둘러 주문했다. 그것은 육아하는 사람의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들 뽀레는 이제 영상이 슬슬 재미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다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보기도하고, 의자에서 내려왔다앉았다 내려왔다앉았다를 하기도하며 시선을 끌기 위해 시동을 거는 듯 했지만 이내 모른체 하고 앞에 있는 안주와 맥주를 벌컥벌컥 먹어본다.

목포 신비포차 가리비찜
목포 신비포차 참소라

"아빠 안아줘, 아빠아빠 안아줘"

나를 찾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뽀레, 결국 가게 계단을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반복하며 뽀레의 재미를 찾아본다. 그렇게 신비포차 앞으로 나와 캄캄해져버린 바다를 잠시 응시하고, 거리로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꽤나 많다. 아마도 토요일 목포의 운치를 느끼고자 나온 사람들인 듯 했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뽀레를 안고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흘러 가보니 주차장 가운데 작은 무대가 펼쳐져있고, 댄서처럼 보이는 분들이 춤을 신나게 추고, 그 앞에는 흥으로 무장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춤을 춘다. 뽀레도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무대였다. 노래가 끝나고 사회자는 마무리 하는 멘트를 하며, 앞에 세팅해놓은 의자도 함께 좀 치우는 걸 도와달라며 너스레 말한다. 착한 관객분들께서 하나둘 의자를 모아주는 걸 보며 다시 신비포차쪽으로 걸어온다.

 신비포차 옆 편의점에 들려 뽀레의 환심을 살만한 귀여운 과자장난감도 하나사서 다시 2층 우리 자리로 돌아 와본다. 술과 안주들은 제자리걸음을 하듯 천천히 줄어드는 기분이다. 아마도 많이먹는 내가 안먹어서겠지 싶어 뽀레를 옆에 앉히고 다시 먹어본다. 맥주도 벌컥벌컥. 육아를 하다보면 목이 자주 마르는 법이다. 그 중에 어디서 많이 맡아본 요리가 하나 테이블에 놓인다. 아마도 이 요리가 우리의 마지막을 밝게 빛나게 해주리라는 후광을 주듯 면빨이 오동통통 반사되어 눈에 비치는 듯 했다. 그 이름도 심플한 우리의 마지막 안주 '라면'. 신비포차에서 라면만은 꼭 먹어라고 말하고 싶다. 참말로 흔하고 흔하지만 어디서 먹냐에 따라 그 맛의 깊이는 달라지는 듯 하다요. 라면을 먹다보면 목포 현지 사투리까지 나오는 기분이다.

목포 신비포차 라면 꼭 드세요

 그렇게 이 밤은 점점 더 서쪽으로 더 깊어가는 듯 했고, 서서히 뽀레도 잠의 나라에 다다르는 시간에 가까워져 왔다. 처남네 부부도 목포에서 여수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슬 일어나본다. 나왔던 싱싱한 해산물 안주들이 대부분 우리 뱃속으로 들어온 것도 일어서는 이유 중 하나겠지. 결코 가격대가 착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맛있고 배부르게 잘먹었기에 서로서로 '그래 이정도면 만족해!' 라는 의미의 눈빛을 나누며 우린 신비포차를 떠나본다.

 신비포차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뽀레엄마보다 더 뽀레와 잘 놀아준 처남댁이 여수까지 운전도 해야했다. 그 전에 우리도 숙소에 내려주는 수고까지 해주어 마음을 다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행인건 목포에서 이동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신비포차에서 우리가 묵었던 클라우드인 호텔까지도 금새 도착했다. 어쩌면 술을 마셔서 기분이 더 빠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린 덕분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내린 휘(아내)와 뽀레를 안고 우린 아주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향한다. 휘도 나도 뭔가 그냥 바로 호텔에 들어가 잠만 자기에는 맥주 한모금이 아쉬웠던거 같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10년넘게 만난 우리둘만이 아는 어떤 알콜 밸런스 같은거였다. 품에 안겨 잘자는 뽀레와 한손에는 맥주 몇캔과 안주거리 몇개를 봉지에 넣고 숙소로 올라간다. 일단 조심스럽게 뽀레를 침대에 눕히고 깊은 잠에 들 때까지 기다려본다. 목포에서의 육아 퇴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목포 클라우드인호텔 침대는 푹신해요

'똑,타악!'

우리 육아 퇴근을 축복하듯, 조심스럽지만 환호성있게 편의점에서 산 1664 캔맥주를 까서 신비포차보다 더 힘내서 몇잔을 마셔볼까 했지만, 이미 우리 몸의 밸런스는 아기의 밸런스와 비슷해져 있는 탓일까? 한캔을 겨우겨우 졸면서 마시다가...

"양치해 빨리!!!"

못다한 잔소리를 들으며 힘겹게 객실 쇼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양치질을 한 후 뽀레 옆에 누워본다. 그렇게 목포의 밤이 잠과 취기와 잔소리에 녹아내리며 침대 매트리스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목포, 굿나잇.

 

📍목포신비포차
 전남 목포시 해안로 2

    📚휘목뽀레의 신비한 목포여행 1박2일